언젠가 아버지께서 내 집에 찾아 오신적이 있다. 내 NDS를 아버지께 상납드리기 위해 보통은 내가 찾아가야 했겠지만, 마침 아버지가 우리집 주변에 와있으셨던 참이라 오셨다고 아버지께서는 말씀하셨다.
내가 NDS를 챙겨드리고 커피를 한잔 타드리고 있을 때였다. 그때 아버지는 내 책장을 보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불새 라는거 아톰 그린 아저씨가 그린거지?'
'넵, 아버님'
'재밌냐?'
'물론이죠 아버님, 과거에서 미래까지 불새라는 아이템을 가지고 인간의 생명이 어쩌고 저쩌고, 완결을 되지 못했지만 죽기전까지 그린 작품으로 어쩌고 저쩌고'
마침 불새를 사고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지 못했던 나는 들뜬 마음에 있는 지식 없는 지식을 떠벌였다.
'이거 가져가서 봐도 되지?'
'!!!!!!!!!!!!!!!!!!!!!!!!!!!?????????????????????'
그래. 그날 나는 지옥이란 별거아닌 한마디와 함께 찾아오는 것이란걸 배웠다.
'네...넵'
아무리 소중한 책이라고 한들 고작 만화책 하나가지고 어떻게 아버지께 안된다는 말을 할수 있을까..
'가방좀 줘봐'
'아.. 저기 아버님?'
'?'
'저기 위에 블랙잭도 테즈카 오사무 선생님이 그린겁니다. 저것도 재밌으니 저건 어떨까요?'
블랙잭은 산지 꽤 되기도 해서 몇번이고 읽은 작품이었기에 산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한번밖에 정도하지 못한 불새보다는 중요도가 낮게 느껴졌기에, 그걸 제물로 바치고 불새를 지키려 쓸데없는 발버둥을 해보았다.
'흐응.. 그래?'
하지만 아버지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야말로 일순. 블랙잭쪽에 아버지가 시선을 둔 시간은 고작 일순이라 느껴질정도로 너무나도 짧았고, 책을 한권 꺼내 내용물을 보는 흥미조차 갖질 않으셨다.
그렇게 불새는 내게서 떠나갔다. 몇년을 걸쳐(중간엔 아예 포기하고 잊고 지냈지만..) 찾아서 겨우 얻어낸 불새가 내 손에 있던 날은 고작 한달도 되지 않아 불새에 대한 아련한 추억만이 지금 내 책장에는 남아있다.
2004년경, 아버지께 빌려드린 미스터 초밥왕 애장판은 아직도 받지 못하고 있다. 과연 불새가 내손에 다시 돌아오는 날이 올까? 그저 아버지께서 재밌게 보고 계시기만을 바랄뿐이다.
덧. 이제보니 아버지께 선물은 못드릴 망정 고작 만화책 가지고 쪼잔하게 구는 패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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